열의

열의

 

웃거나 울기. 그러나 마음만은

화병과 같이 향으로 가득하기를,

그리고는 활력이든 나른함이든

황홀토록 억누르기를.

 

마음이 깊어지는 한,

오그라든 이파리를

날개들이 살랑이는 나무처럼,

고통스러워하거나 기뻐하기.

 

생각하면서 혹은 꿈꾸면서 아무튼 떠나기.

그래도 심장은 자신의 생기를 주고,

영혼은 노래하고 일렁이길,

바람에 밀려드는 물결처럼.

 

마음은 환히 밝혀지거나 베일을 쓰거나,

어둡든 선명하든 돌고 또 돌아도,

그 그림자와 그 빛은

해나 별을 지니기를...

 

원문 https://www.poesie-francaise.fr/anna-de-noailles/poeme-l-ardeur.php

 

다은

    매 시가 새롭다고 하지만, 이번 시는 좀 더 신비로운 문체였습니다. 어조가 지금까지의 시와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 느낌을 전달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어미를 골랐습니다. 「열의」에는 '혹은'을 의미하는 접속사 'ou'가 매 연 첫 행에 들어가고 4연에서는 두 번 더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를 열어 보았을 때 '오 이거 문체 재밌겠는 걸-. '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흥미로움과 비례하여 고뇌가 상승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울거나 웃기', '고통과 기쁨', '생각하거나 꿈꾸거나'. '또는'의 상황이 흩뿌리듯 들어가 선택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느낌을 줍니다. 동시에 우리가 '울기', '고통'을 고른대도 상관없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어둡든 선명하든 돌고 또 돌아도, '라고 하듯, 무수한 사유를 담아내는 우리의 마음은 울기와 웃기를 마냥 선명히 갈라놓지만은 않습니다. 웃으면서도 울고 싶어지고 기쁨이 샘솟으면서도 고통스러울 때가 있고, 또 울고 난 뒤에는 웃기도, 고통이 지나간 후에는 기쁨이 오기도 하니까요. '생각하고 꿈꾸고 아무튼 떠나버리고', 어느 쪽으로 떠나도 '돌고 또 돌아' 결국 우리가 향하던 장소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그림자와 빛은 해이든 별이든 소유하기를…' 당연히 밤에는 별이 반짝이고 낮에는 해가 뜹니다. 또 맑은 하늘 저 너머에서도 별은 우주를 가르고, 시원한 그림자를 위해선 다른 곳을 비추는 해가 필요하지요. 이 묵묵한 자연의 섭리가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어느 길에 서 있든 길 위에 있는 그 마음에 힘을 주는 시, 밀려나던 영혼도 이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건네는 시입니다. 당신이 어느 쪽을 고르든 분명히 당신은 당신만의 기발한 생각으로 그 길을 가득 채우겠지요. 모두의 마음의 그늘과 빛에 '해나 별'이 반짝이고 있는 풍경을 상상하면서 후기를 마무리합니다.

 

 

작가 소개

장 꼭또 Jean Cocteau 그림.

 

안나 드 노아이유 Anna de Noailles (1876~1933)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1901년 출간한 첫 시집 『헤아릴 수 없는 마음 Le cœur innombrable』 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집 『사랑의 시들 Poèmes de l'amour』(1924)을 비롯 소설과 자서전을 남겼다. 공쿠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상이 불발되자 여성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페미나 문학상의 창설을 주도했다. 그는 이후 프랑스어 문학을 드높인 공로로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내 최고의 명예로 꼽히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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