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목소리

내면의 목소리

 

나의 영혼이여, 어떤 걱정들이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나요? 

살아가는 건 당신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죽는다는 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요.

그래도, 당신은 결코 세상의 다른 짐을 지진 않을 거예요.

살아있는 대상이 되는 것, 놀고, 죽어가는 대상이 되는 것 외에는 말이죠.

 

나의 영혼이여, 삶을 사랑하세요, 존엄하고 매서운, 혹은 하찮은 그 삶을.

인간의 온 노력과 온 땀을 사랑하세요.

당신의 정성에 언제나 등유가 가득 찬 램프가

당신 두 손 사이에서 생생한, 진리일 수도 있겠죠.

 

새를, 꽃을, 숲의 내음을 사랑하세요.

노래하는 도시의 명랑한 웅성거림을,

매서운 혐오는 없는 기쁨을 사랑하세요,

악의에 찬 음흉한 비밀도 말고요.

 

죽음마저도 사랑하세요, 그는 당신의 선량한 후원자,

그로 인해 당신의 모든 욕망은 커져가고,

마치, 추위에서 깨어나는 어느 아름다운 정원처럼

쪽빛에 일어나, 다시 푸르러지고 꽃피울 거예요.

 

휴식을 주는 두 무릎으로 환대하는 죽음

무릎베개의 평온함 속에 우리들의 허무는 몽롱해지고,

나의 친애하는 영혼이여, 죽음은 당신을 현혹할걸요,

상상할 수도 없이 영원하고도 근사한 손짓으로...

 

원문 링크 
https://www.poesie-francaise.fr/anna-de-noailles/poeme-voix-interieure.php

 

 

다은

    시를 번역해 놓은 후 이미지를 그리기 위해 고민하며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그림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시 구절은 "두 손 사이에 생생한 진리일 수도 있겠죠" 이었다. 그토록 찾던 진리가 사실은 우리의 손안에 생생하게 자리한다는 구절에서 자신의 존재를 믿는 힘이 느껴졌고 그것이 내 안에서도 솟아나는 듯했다.

 

    나의 영혼에 계속해서 말을 거는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구체화시키려 여러 모습을 스케치했다. 그렇게 내면의 목소리를 곱씹으며 안쪽에서 울리는 음성들, 영혼들이 내게 계속해서 말을 건네는 형태가 되었다. 자신의 말을 들으라는 듯 고집스레 귀를 잡아당기고 얄궂게, 또는 은근하게 속삭이는 음성들의 몸짓을 잡았다. 그들은 결국 나에게서 비롯 존재이기에 발랄하고도 자연적인 내면의 조언자일 거라는 상상을 하며 색을 입혔다. 나는 언제나 내가 이입한 존재의 피부를 더 노릇하게 익은 색으로 칠한다.

 

 

 

    이어서 "휴식을 주는 두 무릎으로 환대하는 죽음"이라는 구절에 사고가 머물렀다.
    읽는 이에게 저마다의 음성들이 죽음에 관해 조언하는 한편에 있는 또 다른 화자, 안나 드 노아이유를 떠올렸다. 그가 상상하는 죽음 그리고 삶을 대하는 자세에 감탄했다. 온전히 평온한 휴식의 고요함, 무릎베개해주며 "환대하는 죽음"의 장면을 엿보고 싶었다.

 

    내 마음속의 평온한 장소와도 상응하는 배경이다. 풀 위로 누인 몸을 그리는 내내 잎사귀 사이로 통과하는 연한 빛과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나온 잡풀들의 감각이 떠올랐다. 한 인간이 그의 삶을 고단하게 살았으니 생활감이 느껴지는 머리 모양과 톤을 잡았다. 반대로 죽음은 그를 방문하는 이들을 기다리며 환대하고 보듬어주는 존재이면서도 실체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인내심과 자애로움을 가졌지만 동시에 비실체적이기도 한 특징에 맞춰 그림자를 생략했다.
    이것은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그 죽음을 인간의 형상으로 그렸지만, 생을 마친 존재가 소였다면 죽음 역시도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기다렸던 소의 형상으로 그 곁에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19073년, 오귀스트 로댕 Auguste Rodin  조각

안나 드 노아이유 Anna de Noailles (1876~1933)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1901년 출간한 첫 시집 『헤아릴 수 없는 마음 Le cœur innombrable』 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집 『사랑의 시들 Poèmes de l'amour』(1924)을 비롯 소설과 자서전을 남겼다. 공쿠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상이 불발되자 여성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페미나 문학상의 창설을 주도했다. 그는 이후 프랑스어 문학을 드높인 공로로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내 최고의 명예로 꼽히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았다.

'녹아내리는 프랑스 시: 시간결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의  (0) 2021.04.09
4월을 위한 노래  (2) 2021.04.02
내면의 목소리  (0) 2021.03.19
아침이여, 나는 모든 것이 좋았어요.  (2) 2021.03.12
이 밤은 오래도록 밝을 거야  (0) 2021.03.05
공원에서의 슬픔  (2) 2021.02.18

댓글(0)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