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스러운 욕망
- 녹아내리는 프랑스 시: 시간결정
- 2021. 6. 4. 11:00
근심스러운 욕망
자아 다시 여름이네요, 더위와 빛,
꾸밈없이 평온한 식물의 소생,
청량한 아침, 미지근한 밤, 더디 가는 하루,
영혼 속의 기쁨과 고통이 돌아왔습니다.
자아 여기 꿈과 달콤한 광증의 시간이 왔습니다.
낮의 내음에 취하고 마는 심장이,
홀연히 그리고 기분 좋게 움트는 생명을 줄곧 바라던
다정한 근심에 빠지는 시간
심장은 꽃이 피어나는 온습한 공기 중으로 솟아오르고 뛰놀아요.
나의 사랑이여, 이 더운 날에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요?
바라보고, 달려 나가고, 두 손을 펼치고, 웃어버리던,
놀라운 어린 시절이 선명히 깨어나길 바라나요?
격분의 충격으로 상처받은 꿈들이
천진하게 두근대며 도약하길 기다리나요?
노력 없이도 영혼의 활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던
지난날의, 온화한 날씨의 맛인가요?
아! 내 사랑, 당신은 더는 다른 선을 섬기지 않게 되겠죠,
그 곁을 지키는 유희 그리고 사랑을 바라는 것 외엔.
당신도 알잖아요, 그럼에도 악은
전투를 치르고 성이 난 신을 당신에게 데려올 것임을….
원문 링크
https://www.poesie-francaise.fr/anna-de-noailles/poeme-l-inquiet-desir.php
다은
자아, 여름이 돌아왔습니다. 살갗을 뜨겁게 데우는 해, 태닝 오일의 코코넛 향, 이마에 맺히는 땀. 제게 여름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입니다.
무르익어가는 여름, 자연은 시원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봄보다도 화려하게 꽃피우지요. 그런 여름 정원을 떠올리며 여러분의 감흥이 풍성하게 피어오르도록 배경을 채웠습니다. 그 위를 3연의 '심장은 …공기 중으로 솟아오르고 뛰놀아요'를 옮겨 심장들이 장난스럽게 뛰어내리도록 하였습니다. 4연의 '꿈들이 …두근거리며' 부분에 활용된 단어 'bondir'는 '뛰어오르다'라는 뜻과 함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표현할 때도 쓰입니다. 그렇게 통통 뛰어오르듯 두근거리는 꿈들과 시원하게 도약하는 심장을 담아 천진하고 경쾌한 여름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자아, 여름이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이 여름에 어떤 것을 가장 먼저 떠올렸나요?
작가 소개
안나 드 노아이유 Anna de Noailles (1876~1933)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1901년 출간한 첫 시집 『헤아릴 수 없는 마음 Le cœur innombrable』 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집 『사랑의 시들 Poèmes de l'amour』(1924)을 비롯 소설과 자서전을 남겼다. 공쿠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상이 불발되자 여성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페미나 문학상의 창설을 주도했다. 그는 이후 프랑스어 문학을 드높인 공로로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내 최고의 명예로 꼽히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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