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향한 말들

달을 향한 말들

 

달님, 우리에게 말해주세요,

오, 완미하신 달님!

마치 너울대는 바다처럼,

인간들이 당신의 욕망대로 따르는 것이 즐거움이라면요.

 

그것이 당신의 바람인가요,

온종일 은은하고 잔잔하던 인간들이

밤중엔 들판들 낱낱이, 도시들마다

사랑의 죄악에 사로잡히는 것이요?

 

입맞춤들, 그건 당신을 향하여 솟아오르나요,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물기처럼,

당신의 도도한 이마 위로

어렴풋이 반짝이는 무지개 빛무리를 만들기 위해서요?

 

당신이 삐죽일 때면, 당신을 사로잡기 위해서,

혹은 당신의 기분을 달래기 위하여,

아름다운 두 뺨의 달님이시여,

사람들은 목을 매거나 침잠하게 될까요?

 

신발 없이, 기쁨 없이,

동전 한 푼 없이 걷는 그들을 위해,

거친 길 위 발걸음에 빛을 가질 수 있도록

당신이 청명하게 빛을 발하는 동안은 그들을 비춰주실래요?

 

세상에 얻어맞아

단념한 마음들에, 초라한 마음들로,

때때로, 은화 한 닢처럼 주저앉으실 건가요,

둥근 달님?

 

보았어요, 되바라진 숫염소와

사랑에 빠진 염소가 서로를 만나,

청명한 밤에 맺어지고, 그들의 행복한 울음으로

하늘을 깨우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또 보았어요, 다프니스가 꾸밈없이

호의적인 클로에에게 다가가는 것을...

그 사랑의 향기가 솟아오르는 걸 느꼈어요.

오, 범접할 수 없는 달이시어!

 

원문 링크
https://www.poesie-francaise.fr/anna-de-noailles/poeme-paroles-a-la-lune.php

 

다은

    깊은 밤을 비추는 달님에게 전하고픈 저마다의 말들은 무엇일까.

    이 다정한 광원에게 건네는 말이 꼭 물 한 그릇 떠놓고 마음을 눌러 담아 비는 기도여야 할 필요는 없다. 밤마다 되새겨보는 굳은 다짐일 수도, 달콤하게 찬미하는 세레나데일 수도, 삶의 애환을 늘어놓는 말일 수도 있다. 간절함이 없는 일상의 나에게는 시원한 여름밤에 달을 마주 보고 속으로 던지는 대화가 더 가깝다. 하지만 맑은 밤에 둥근 달을 보면 속절없이 마음을 드러내 보이게 되는 것은 모두 같은 맥락일 것이다.

    오늘의 시 안나 드 노아이유의 <달을 향한 말들>에서는 인간의 팍팍한 삶이 드러나면서도 달이 계속 빛을 내도록 애쓰는 것이 보인다. 밤을, 우리의 어두운 길을 비춰줄 달에게 그가 빛을 내야 할 이유가 얼마나 많은지를 하나하나 손꼽으며 희원하는 말들. 그 간절한 목소리를 듣는 달. 둥글고 복스러운 얼굴을 한 달이 그를 찬미하는 인간의 목소리에 힘입어깊은 빛을 뿜어내는 모습 그렸다.

 

    3연은 모든 표현이 아름다워서 행마다 멈춰서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중 도도한 이마에 맺힐 무지개 빛무리 부분에서 ‘어떤 입맞춤들이 무지개 빛무리를 만들어낼까?’ 하는 상상을 했다. 개인주의적인 나는 왠지 내키지가 않아서 입술끼리 나누는 입맞춤을 배제하려다가, ‘무지개는 무지개지.’ 하는 후련한 자답을 하고 난 뒤 이 장면을 그다.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다소 현대적 밤 풍경 아래 한 연인이 다정하고도 시원하게 입을 맞추는 모습을 담아냈다. 

 

 

 

작가 소개

안나 드 노아이유 Anna de Noailles (1876~1933)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1901년 출간한 첫 시집 『헤아릴 수 없는 마음 Le cœur innombrable』 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집 『사랑의 시들 Poèmes de l'amour』(1924)을 비롯 소설과 자서전을 남겼다. 공쿠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상이 불발되자 여성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페미나 문학상의 창설을 주도했다. 그는 이후 프랑스어 문학을 드높인 공로로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내 최고의 명예로 꼽히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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