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와 예술 by 혜수

 

벌레와 예술

혜수



아주 무더운 여름날, 매미가 우렁차게 울던 밤에
우리는 플래시를 들고 다니며 곤충 채집을 했다.
막 탈피한 매미 유충은 기이할 정도로 투명한 연둣빛을 띄면서
갓 태어난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그 얇은 속살이 타버리지 않을까
먼지 많은 이곳에서 점점 질식하지 않을까
아니, 매미의 천적은 무엇이지
이런 걱정을 하다 인터넷을 검색했다.
밤잠을 괴롭히는 매미 소음, 죽겠다, 괴롭다, 알고 보니 사람 탓
빛이 없는 밤이 돼야 울음을 그치는 매미가 가로등 때문에 낮인 줄 알고
계속 운다는 것이다.

플래시를 켜고 걷다 보니 나방들이 날아들었다.
나비보다 나방이 좋다는 나를 보며 칙칙한 걸 좋아한다고 핀잔을 주는 너는
사마귀를 가장 좋아하는데 예전에 길을 건너다 차에 깔려 죽은 사마귀를 보며
이건 교통사고일까 재난일까 그런 농담을 했다.
너는 내가 못 보고 지나가는 그런 것들을 잘도 보았다.
나는 열여섯 살부터 채식을 했던 너에게
그럼 곤충은 먹을 수 있냐고 물었다.
글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느냐에 따라서
만약 몬산토 같은 기업이 독점을 하고 유전자 조작을 하고 
다른 개체를 위해 또 다른 개체를 말살한다면
그래도 살기 위해 먹어야 한다면 그게 사는 걸까
밤인지 낮인지 모르고 우는 매미처럼

그해 여름엔 예술보다 곤충을 더 많이 보았다.
미술관 조명 안에 죽어있는 날파리들이 다시 되살아나 예술품을 뜯어먹는 꿈을 꾸었다.
견고하게 만들어진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이 힘없이 잡혀먹었다.
그게 가능한지 너에게 물어보았다.
거미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나보다 큰 블랙위도우라 불리는 식인 거미에 대해
그 거미줄에 걸리면 단물진물 다 빼 먹히는 것에 대해
나는 좀 안도가 되었다.
언젠가부터 이 많은 쓰레기처럼 보이는 작품들에 소름이 돋았는데
꿈처럼 곤충의 먹이가 되다니
그럼 예술도 꽤 쓸모가 있는 거구나 하고

우리는 왜 곤충을 좋아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나는 곤충의 세계에서 잡아먹히는 건 수컷뿐이니까 하고 말했고
너는 조용하게 사라지는 곤충은 적당한 관계를 넘지 않아서라고 했다.
해충도 인간의 관점으로 생긴 것이고
우리가 혐오를 만들고 징그러워하는 거라고
벌레라고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칠 치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럽냐며
곤충이 사라지면 우리도 같이 사라지는 건데
쌀쌀해지는 여름밤을 아쉬워했다.






* 이 시는 희음이 기획하고 마포문화재단이 후원한 <아래로부터의 백일장>을 통해 창작되고 환대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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