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 by 김지현
- 주말엔 일탈
- 2021. 11. 21. 10:10
새로운 사람
김지현
아침 해가 뜨면
쩡-하고 소리가 들렸다
눈물이 많던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갈라지는 소리였다
무너져 내린 사람의 입가에는 주름이 팼다
갈라진 얼굴을 타고 자잘하게 밥 먹은 흔적이 깊었다
견고한 덩어리 같던 사람은
매일 조금씩 자잘하게 부서져갔다
빙하를 닮은 비누에게 거품을 얻어다가
사람은 얼굴을 씻었다
시간과 시간 사이를
문지르고 닦느라
알뜰하고 단단하던 비누가
차가운 물속으로 녹아 내렸다
사람은 말없이 얼굴을 씻었다
새로운 사람은 너무 많으니까
너무 많다는 것은 죄스럽기까지 하지만
다시 절실하게
얼어붙은 바다만큼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주워 드느라
둔한 허리를 굽히고 폈다
아침이 되면 사람은
대답처럼 세수를 했다
* 이 시는 희음이 기획하고 마포문화재단이 후원한 <아래로부터의 백일장>을 통해 창작되고 환대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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