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작물 by 서정민주

마음작물 

서정민주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돋아나는 철문
문짝 전문가가 방문해서 끼워주는 건 아니지만
마음 근육에 알아서 뿌리내리는 작물

소음에 강하지만 수다에는 약한 것이 심지이기에
수면 바지 입은 나와
셔츠를 목 끝까지 잠근 나
둘은 실 전화기로 각자의 방 창문을 통해 대화한다. 

💭 네가 하고 싶다고 해
🗣 나 떨리는데…
💭 마음이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뭐 어쩌려고? 답답하다. 나 간다.

실 전화기를 단숨에 끊어버리고 은둔하는 마음
행동력이 필요할 때 다시 연락 오겠지마는

가오리
오리너구리
우리 강아지
비 어린이 비 부모집단에서도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 새끼

방공호 같은 문 뒤편에서 마음은 
좋아하는 동물들과 뒹굴거리고
바질이랑 민트도 한 움큼씩 뜯어먹는데
외면의 이해심이 해처럼 드나들어서 따뜻해지는 걸 
말은 안 해도 알고 있지

이해받는 마음
이해하는 나
가끔은 펑펑 울더라도
마음에 물을 주는 과정이라고.

삼재가 끝난 기념으로 마음이 닭 한 명을 데려왔다.
💭 나는 드래곤이나 유니콘보다 닭이 더 든든하더라.
🐔 난 삼재 시작할 때 태어나서 곧 네 살이야.
💭 그래? 어쩐지 무겁더라.

‘쌓인 게 없었더라면… 이걸 들러 나왔을까?’
마음이 새 가족을 들인 효과로 헬스장에서 별안간 깊은 생각에 빠진 나
운동은
나중을 위한 행동 같지만 
그 나중은 사실 3분 뒤의 가까운 미래
‘한 세트만 더…’
말간 얼굴 더운 얼굴

외국어를 공부하는 마음 속에서
닭이 꼬꼬 대신 유럽어로 울고
실을 끊은 게 미안했던 마음은
이해가 키워낸 허브들로 샐러드를 만든다.
🗣 맛있다!

 



* 이 시는 희음이 기획하고 마포문화재단이 후원한 <아래로부터의 백일장>을 통해 창작되고 환대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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