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여, 나는 모든 것이 좋았어요.

아침이여, 나는 모든 것이 좋았어요.

 

아침이여, 나는 모든 것이 좋았어요, 너무나도 좋았답니다.

순탄하기도 꼬이기도 하는 인생에 다다르기 위해서,

사람들이 당신께 힘을 요청하는 시간

나의 마음을 무겁게, 고요하게, 반쯤 닫히게 만들어주세요.

 

잠에서 깬 사람들은 환호를 받아야만 하지만

나의 예민한 영혼은 넘치는 것밖에 몰랐습니다.

아침이여! 당신이 이따금 나의 열정이 쉬도록 내버려두신다면,

나도 모두들처럼 마땅히 환호받을 수 있을 텐데.

 

나의 활동 무대와 멈출 줄 모르는 추진력으로

그들의 형제를 찾는 내 존재가 그들을 넘어서길,

나는 언제나 시공간 속에서 높이 떠오르기를

수탉의 울음소리와 바다의 폭풍우처럼!

 

우주는 매일같이 나의 생명력에 호소하고,

나는 그 힘찬 갈망에 끊임없이 대답했습니다.

다만 천진하고 꽃이 피는 날에 그리 하십시오.

나는 맹세도, 목소리도, 질투도 없이 머무를 테니.

 

내 이성을 흐리게 하는 불꽃을 잠재워 주시기를,

내 마음에 오직 나의 현명함만이 작용하기를,

그리고 더 이상 내가 신중함과 두려움 없이 처음으로 걸어가는,

끊임없는 정복자가 아니기를.

누군가 가본 길 , 논과 밭, 인가에서 멀리 떨어져

지평선에 서 있는 버려진 신을 닮은 모습이 아니기를...

 

원문 링크 
https://www.poesie-francaise.fr/anna-de-noailles/poeme-matin-j-ai-tout-aime.php

 

민주

    이번 시를 번역하면서 나는 내면에서 걸어 나와, 다른 사람들이 나아가는 자세에 텍스트를 대입해 읽을 수 있었다. 느껴봤던 감정과 겪어봤던 시간, 좋았던 풍경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던 시들과는 다르게 「아침이여, 나는 모든 것이 좋았어요.」를 읽으면서는 누구인지 모를 인물의 뒷모습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힘을 필요로 하고 자기만의 탁월함으로 누군가를 넘어서고 싶지만 항상 1번 타자이고 싶지는 않은 사람. 이런 사람이 내뿜는 에너지를 일상에서 느낀 적이 있었고 자연스레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나는 곧장 친구들에게 질문을 전송했다.

    질문 내용은 이랬다.
   
[성격의 단점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장점이었거나 장점도 단점도 아닌 그냥 나를 구성하는 특성이었던 것이 있다면 알려줄 수 있어?]

    제일 먼저 온 답변들은 이러했다.
    [잘 모르겠네. 생각해본 적이 없어.] - 친구A, B
    아차 싶었다. 내가 아직 그러고 있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성격에 대해 가치판단하지 않고 지내는 건, 참견이 많은 세상에서 그럴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고 당연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도착한 답변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났다.
    [해외여행 가서 차, 과자, 젤리 같은 주전부리들 살 때 무조건 2개 이상씩 사는 것. 기쁘게 선물할 수 있고 나 혼자 먹는 경우에도 두 번 먹으면 두 배로 맛있잖아. 이게 장점이자 단점인 이유는 주전부리가 맛없는 경우에는 두 번 맛없기 때문이지…….] - 친구 C

    세 번째 유형은 완벽주의에 관한 답변이었다.
   
[일 처리가 느린 것과 고집이 센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두 가지의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어. 첫 번째, 나는 완벽주의자이고 내가 맡은 일의 의미를 세세히 파악하면서 일을 책임진다는 거야. 내가 꼼꼼하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까 일을 빨리 시작해서, 마감에 늦는 습관도 고칠 수 있었어. 성실하다는 말도 들었고. 두 번째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 어떤 일을 맡겨도 내 힘으로 잘 끝낼 수 있다는 거야.] - 친구 D
    [걱정과 불안에 자주 지배당한다는 거야. 원래는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점검해보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점점 일어나지 않을 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예민해지게 되더라고. 하지만 이러면서 계획적이고 철두철미한 성격을 갖게 됐어. 앞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할 정도의 걱정과 불안은 줄여나가야지. 반대로 감정 변화가 별로 없어 떨떠름해 보이는 특징도 있긴 해. 이런 표정의 나는 사실 꽤 마음에 들어.] - 친구 E
    D가 연출가로서 가부장적인 시선에 맞서 싸우고, E가 미디어 학도로서 유학하며 겪은 고생과 성취를 모르는 바 아니어서 마음이 살짝 아프면서도 응원하는 마음이 샘솟았다. 시 구절 중에 ‘나의 예민한 영혼은 넘치는 것밖에 몰랐습니다.’라는 부분이 떠올랐고 흐릿한 인물의 뒷모습은 C와 D의 유쾌한 말소리로 채워지는 듯했다.

    네 번째 유형은 편견의 벽에서 돌아 나간 친구의 대답이었다.
    [내 목소리가 애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같이 일을 해야 하는데 전화상의 목소리로 나를 판단해버리면, 나는 듣기에 신뢰도가 없는 사람인가 싶었지. 하지만 내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알게 되면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이 부끄러워질 거야. 이제 신경 안 써.] - 친구 F
    F가 얼마나 지적이고 추진력이 있는지 알기에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화도 났지만 시에서처럼 ‘내 마음에 오직 나의 현명함만이 작용하기를’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그릇된 판단에 무관심해진 친구의 뒷모습도 역시 내가 번역하며 기시감이 들었던 뒷모습이 맞았다.

 

    워낙 해와 빛, 밝은 시간대를 좋아해서 고른 ‘아침’이 들어 있는 제목이었지만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것 같다. 무릎을 탁탁 털고 힘찬 다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시원한 얼음물을 마신 기분도 아니고 따뜻한 차 한 잔에 소파에서 녹아내린 기분도 아니다. 미지근하다. 미지근한 물은 배탈이나 화상의 위험도 없다.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가치판단들을 적정한 온도로 내리거나 높여서 추진력으로 만들어버린 친구들이 떠올랐던 이번 시. 시에게도 작가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독자들에게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가 각자의 방식과 속도로 휴식하기도 하고 열심히 나아가기도 하는 이유는, 누구 한 명이 ‘끊임없는 정복자’로서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작가소개

안나 드 노아이유 Anna de Noailles (1876~1933)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1901년 출간한 첫 시집 『헤아릴 수 없는 마음 Le cœur innombrable』 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집 『사랑의 시들 Poèmes de l'amour』(1924)을 비롯 소설과 자서전을 남겼다. 공쿠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상이 불발되자 여성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페미나 문학상의 창설을 주도했다. 그는 이후 프랑스어 문학을 드높인 공로로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내 최고의 명예로 꼽히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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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정수
    2021.03.12 12:25

    왠지 오늘 마음이 흐렸는지 글을 읽고 울컥했어요.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

    • 2021.03.16 21:27

      정수님, 따뜻한 댓글 역시 감사합니다. 이번 시는 제게도 특별한 말들이었어요. 굳세게 나아가자거나 푸욱 쉬라는 말이 아니라, 잘 하고 있으니 요령도 좀 피우면서 살펴가라는 말처럼 느껴졌거든요.
      정수님 마음이 쨍한 날에도 이 시가 마음 눈에 선글라스를 씌워주기를 바라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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