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해는 나의 자격지심일까? by 지혜


    나는 오늘부터 당신을 더 적극적으로
, 그리고 치열하게 싫어하기로 했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가 있다면 합당한 것일까? 누군가를 싫어할 때마다 혹시 나의 피해의식이나 자격지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오곤 했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려 해보아도, 아니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하니 당신을 싫어하는 마음이 오히려 타당해지거나 더 커지곤 했지만 정말 객관적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내가 갖고 있는 정신적 결함은 자격지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해의식도 많다. 자격지심과 피해의, 그 둘로 인해 파생되는 질투와 선망 그 사이, 자괴감이 불러오는 자아 비대와 자기혐오, 이 둘은 내가 자의식을 갖기 시작한 10대 이후부터 줄곧 내 인생과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불편하고 싫어진다면 내가 문제인가? 나의 질투심이 불러일으킨 피해 의식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성악설보다는 성선설이 인간이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 있을 수 있는 조그마한 이유 중 하나라도 되어야 하니, 아무래도 일단은 내 잘못이 아닌가를 생각해봐야지.

    그러나 지난 14개월 동안 나는 한 가지 사안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바로 사람을 싫어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 내가 찌질하고 구려서 내 오해로 인해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었다고 한들, 뭐 어때. 그래 내 잘못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마음과 당신을 미워하는 마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부쩍 싫어진 사람이 많아졌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내가 누군가를 부지런히 싫어한 사람이 있는가 되돌아본다면, 양심에 손을 대고 그런 사람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가끔 사회가 인간을 얼마나 비열하고 졸렬하게 만드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다시 질문을 바꿔본다. 사회에서 무엇이 인간을 밀어붙이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살아남기 위해서, 끼니를 거르지 않기 위해서 사람이 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이상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인지. 성선설을 믿고 싶지만, 결국 성악설이 더 맞는 것일까.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의 말과 표정, 행동이라는 수많은 기호와 기표를 알아차리려 애쓰지만, 결국 나는 나의 마음을 따라가기로 한다. 나의 오해였어도 그것이 내 마음을 다치게 했다면 그것은 오해가 아니라고,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조금 더 나에 대한 확신을 갖고자 한다. 누구의 감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 문제가 있어서 누군가를 싫어한다고 한들, 그게 뭐 어디가 어때서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련다. 그리고 정말 나의 오해로 누군가를 증오했다면 몇 마디 비속어를 쏟아낸 후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젠장, 제기랄. 그래 나는 그릇도 작고 속도 좁다.’

    나는 오늘부로 확실하게 결정했다. 사람을 싫어하는 감정에 대해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것을,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덜 부끄러울 것을 맹세한다. 내 감정의 진실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니까, 그리고 내 감정을 돌보는 가장 중요한 담당자는 결국 나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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